가족과 함께 청도 소싸움 경기장 구경 후기
어디 가서 1박 하기는 좀 부담스럽고, 날씨 좋은 주말에 당일로 다녀올만한 곳이 없나 찾아보다가 청도를 선택했다. 청도소싸움경기장에 가서 소싸움 구경 좀 하고, 바로 옆 소싸움 테마파크 한 번 둘러보고, 청도역 앞에서 추어탕 한 그릇 먹고, 청도 화양읍에 있는 청도읍성 한 바퀴 걷고 나면 한나절 코스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청도 소싸움은 주말마다 경기가 있고 소싸움 경기장의 입장은 무료다. 우권을 사서 베팅하는 손님들의 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듯 하다. 코로나로 인하여 소싸움 경기장에 일일입장인원 제한이 있어서 입장하려면 사전등록을 해야한다. 청도공영사업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전입장 예약신청'을 하는데 당일에도 신청가능, 모바일로도 신청가능. 아래 링크 참고.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체온체크, 사전등록 인적사항 체크 후 입장권 종이팔찌와 출전표를 받는다. 출전표에는 소 이름, 뿔모양, 주특기, 체중, 싸움소 주인, 훈련지역, 조교사(아마도 훈련사), 총 전적, 승률, 등급, 최근 5경기 일자/상대 싸움소/전적 등이 표시되어 있다. 대부분 청도에서 훈련받는다고 되어있는데 간혹 함안, 김해, 창녕, 창원도 보인다.
조교사 변수달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검색해보니 10여년 전부터 EBS 극한직업 등의 방송에 자주 출연한 젊은 사람이다. 대를 이어서 하는 일에 챔피언도 여럿 배출한 모양인데 멋지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 날 경기에도 소망, 박치기, 양반 등 28마리 중 3마리가 그의 손을 거쳐 출전했다. 다른 소들의 이름도 재미있는게 외모나 성격에 따라 전차, 율곡이, 땅거미, 제우스, 백도, 강창, 용암오, 석정, 싸우, 반햇소, 천돌이, 흑장미, 태검, 용주골, 이랑, 여포, 비천무, 용암일, 싹쓸이, 루돌프, 들소, 청범, 한강, 돌범, 와일드 등 특색이 진하다. 이 날 출전한 소들은 체중 612kg~1,105kg, 나이 4살~16살.
내가 방문한 날에는 첫 경기가 12시 20분에 시작되었으나 특별한 날이었는지 11시부터 축하공연이 있었다. 군청 관계자들이 나와서 한 말씀, 농협 관계자가 나와서 한 말씀, 청도공영공사 관계자가 나와서 한 말씀씩 하신 다음에 공연이 있었는데 일찍부터 술 취한 관객들이 뭐라뭐라 한마디씩 고함지르며 농을 던지는 분위기라서 좀 뜨아했다.
매 경기 시작 전에 우권구매(베팅)할 수 있는 시간이 20분씩 소요되는 관계로 첫 경기 시간만 정해져있고, 경기가 끝날 때마다 30여분을 기다려야 다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주차장은 넓은 편, 경기장 바로 앞에는 대부분 소 주인과 대회 관계자들인 것 같고 조금 걸어내려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간혹 1.5톤 트럭에 실린 채 씩씩대는 소도 볼 수 있다. 청도 군파크 루지와 청도 소싸움 테마파크가 모두 가까이에 붙어있다.
우권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표기하여 베팅을 할 수 있는데 싸인펜은 경기장 내부 매점에서 판매하는 듯하다. 집에 그득 쌓여있는 싸인펜을 더 사기 싫어서 안 샀다. 이 날 봤던 두 경기에 베팅했으면 싸인펜 값 건지고 갔을텐데.
벽에 걸린 청도소싸움경기 판정기준을 보면 좀 웃긴 부분도 있는데 돈 내기가 걸려있으니 판정시비가 없도록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일단 싸움에서 한 마리가 등을 보이고 도망가면 패배, 상대 싸움소에 올라타는 행위를 하면 패배, 사람을 공격하면 패배.
그 외 상대방을 핥거나 뒷걸음질 치는 경우, 두 마리가 동시에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경우, 넘어지거나 링에 끼이는 경우에도 싸울 의지가 있으면 심판이 경기속행을 지시.
경기가 시작되기 전 진행요원(심판 등)이 먼저 입장하고, 조교사와 싸움소가 입장한다. 경기장 내부의 소리가 울리는 편이라 싸움 시작 전의 소 울음소리도 이미 박력있다.
경기가 끝나면 심판들이 모여 판정 회의를 하는 동안 땅고르기를 하고, 경기결과가 발표된다. 전광판에는 이번 경기결과가 나오고 방송에는 다음 경기에 베팅할 시간을 지금부터 15분간 주겠다는 안내가 나온다. 그냥 구경하러 간 사람은 꼼짝없이 20여분을 그냥 기다려야 한다.
소가 좀 불쌍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조교사가 소를 다루는 장면이나 싸움소끼리의 힘겨루기에서 갑자기 승부가 나는 장면들을 생각하면 아이를 데리고 가더라도 한두번은 가서 볼만하다는 생각. 1경기(600~700kg 급)를 보고 다른 곳을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한 경기를 더 봤는데 뒷 경기(1000kg 이상급)가 더 재미있어서 다시 들르기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 주소 및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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