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리뷰, 후기

컴퓨존에서 구매한 기본가격 218,000짜리 본체

Taeguaze 2020. 3. 1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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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쓰던 컴퓨터가 너무 골골대길래 본체 옆면을 손바닥으로 철썩 때리면서 생각했다. 이미 여기저기 찌그러져 있는 불쌍한 모양새에 익스플로러나 크롬을 구동시키면 5초 정도는 넉넉히 기다려줘야 힘겹게 화면에 무언가를 출력해주는 너. 요즘들어 왜 이리 상태가 안 좋은거냐.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을 잠깐 돌이켜보니 너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10년째구나, 그래 넌 우리집에 정품 윈도XP와 함께 도착했었지. 당시 다나와 표준피씨라고.. 출시된 것 중에 가장 싼 걸로, 메모리 추가나 HDD업그레이드 하나 없이 윈도XP CD와 무상AS만 추가로 사서 데려왔던 너. 옆면에는 아직도 다나와 컴닥터 어쩌고 하는 스티커가 붙어있구나.

 

여기저기 알아보니 이제는 다나와PC보다는 컴퓨존이 더 낫다고 한다. 외쳐 리사 쑤!는 몇 번 들어봤다만 AMD니 인텔이니 들어도 모르겠고, 지포쓰니 천궁이니 하는 단어가 귀에 맴돌지만 딱히 더 알아볼 생각은 없다. 믿음직한 지인의 추천으로 더도 덜도 말고 대세 표준 PC면 충분하다 싶어 컴퓨존에서 판다는 218천원짜리 컴퓨터를 구경하러 갔다.

컴퓨존 메인화면 http://www.compuzone.co.kr

 

오, 2차까지 완판이라 당분간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나는 2차 판매시기에 샀는데 SSD용량추가(120->240GB)와 램추가(4GB->8GB)를 선택하니 대충 25만원 정도. HDD도 하나 더 필요했고 무선키보드 마우스세트도 필요했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사면 더 싸겠지 싶어 주문을 안했더니 결과적으로는 돈이 더 들어가버렸다.

 

 

이래저래해서 실제 지불 금액은 248,000원

 

큰 박스 안에 들어있던 작은박스 3개. 조립이 완료된 상태로 도착함.
드라이버를 쓸 일은 없었다.

CPU와 메인보드 박스를 보며 잠시 긴장했다. 이걸 내가 케이스에 붙여야 된다고? 선 정리는 어떻게 하지? 걱정하며 열어본 큰 박스에는 조립이 완료된 본체가 스티로폼에 곱게 포장되어 들어있었다. 왼쪽의 메인보드와 CPU박스는 빈 상자로 왔다. 전원만 켜면 되는데 혹시나 해서 본체를 열어봤다.

 

 

선 정리가 깔끔하게 된 채로 왔다. SSD가 이렇게 생긴거구만.

컴알못 눈에 SSD는 좀 싸구려 느낌이 난다만, 선 정리 되어 있는 상태를 보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본체 내부의 선은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넓은 본체 내부가 좀 황량해 보인다.

 

 

듀얼모니터를 사용하려면 모니터 한 대는 DVI, 다른 한 대는 HDMI로 연결하게 되어 있었다. 아, RGB+DVI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구나. 

 

USB 3.0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소트는 전면에 1개, 후면에 4개. 음, 드디어 집에서도 USB 3.0의 속도를 맛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런데 이게 전부 3.0으로 작동하려나.

 

팬 소리는 제법 큰 편.

메인보드는 A320M-A PRO

CPU는 Ryzen3 2200G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던 500GB 정도의 내가 찍은 가족 사진들, 와이프가 찍은 300GB 정도의 사진들, 앞으로 찍어댈 양을 생각해보면 추가 저장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산 바라쿠다 2TB. 술김에 홀린 듯 결제하고 다음 날 맨정신에 생각해보니 쿠폰 적용도 안 되었고, 최저가도 아니고, 컴퓨터에 HDD부착할 자리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아이고, 그냥 컴퓨터 사면서 돈 조금 더 주고 같이 살껄 싶었다. 무선 키보드+마우스도 컴퓨존 보다 다른 곳이 더 싸길래 주문하고 보니 한글각인이 없는 병행수입품. 다음 번에 살 때는 돈 차이 얼마 나지 않으니 그냥 한 군데서 다 사는 게 좋겠다.

 

HDD의 자리는 본체 바닥부 중앙. 트레이도 안 보이고 어떻게 고정하는지도 모르겠고.

별도 주문한 HDD가 도착한 후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선들'을 끌어안고 있는 케이블타이를 비장한 마음으로 잘라야 했다. 처음에 같이 샀으면 HDD도 제 자리를 찾아 붙어있을 것이고 여전히 선들은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었을텐데.

 

 

새 컴퓨터는 무탈히 자기 자리를 찾아갔고 원래 있던 컴퓨터는 자료를 정리한 뒤 창고 한 켠으로 쓸쓸히 퇴장했다. 써보니 나쁘지 않아서 주변의 컴맹들에게 추천도 해주었고 물건을 받은 그들은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스마트폰 사용도 10년차, 초기 스마트폰이 인터넷뱅킹이나 쇼핑쪽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집에 와서 데스크탑을 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상이 모바일 환경에 더 적합하게 변했다. 그래도 종종 데스크탑을 집에서 쓸 일이 생기면 느려터진 본체를 끌어안고 꾸역꾸역 뭔가를 했던게 미련스럽기도 하다.

 

처음 2~3년간은 별 생각없이 쓰다가 4년차부터 이거 뭔가 느리다고 느꼈던 것 같다. 5년쨰부터는 '그냥 참고 쓰지 뭐'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은데 사무용 기본성능의 본체 가격이 이렇게 저렴하게 나온다면 앞으로도 데스크탑은 4~5년에 한 번씩 바꾸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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