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고 포항에 들렀는데,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쏟아진다. 지나가는 차가 물폭탄을 튀길 정도로 많이 온다. 바닷가 모래사장도 좀 밟아보고 환호공원도 한 바퀴 걷고 동빈내항 유람선도 한 번 타보고 죽도시장도 좀 둘러보려 했는데 낭패다.
급히 검색해보니 이 날은 포항함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그래도 실내니까 한 번 가본다. 입장료도 무료. 길 옆 주차공간도 충분하다. 진행방향 역방향이었는데 마땅히 차를 돌리는 곳이 보이지 않아서 골목길, 연립주택 담벼락에 주차. 포항 송도쪽에는 유달리 이런 5층 주공 형태의 연립주택이 많이 보인다.
폭우를 뚫고 입장하는데 지키는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그냥 가교 건너 갑판으로 올라간다.
갑판에는 주택 현관문처럼 반투명 아크릴로 입구를 만들어두었다. 우산꽂이도 있고 발열체크, 방문대장도 있고.
총 4층 규모의 전함인데 천안함과 같은 타입의 초계함이다. 안내문을 둘러보니 영어로는 프리깃이라고도 쓰여있던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포항함은 프리깃(순양함, 호위함, 구축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식으로 초계함이라고만 알고 있어야겠다. 초계함을 검색하면 또 코르벳이라고 나오니 영어로 뭐라 아는척은 못하겠다.
우리나라에는 '포항급 초계함(PCC-7XX, 배수량 1,220톤, 전장 88.3미터, 선폭 10미터)'이라는 분류가 있고 각각의 초계함은 지역명을 붙였다. 초기형(PCC-75X)으로 8척을 건조하여 운영하다가 모두 퇴역, 타국에 공여/양도/전시/폐선했다. 동해함(PCC-751), 수원함(752), 강릉함(753), 안양함(755), 다음에 건조된 것이 포항함(756)이고, 0번과 4번은 결번이라고 한다.
후기형(PCC-76X, 77X, 78X)로는 20대가 건조하여 절반은 퇴역, 절반은 운영중인데 역시나 김천함(761), 충주함(762)...공주함(785) 등 지역명으로 명명하였다. 마지막으로 건조된 포항급 초계함인 공주함이 많이 낡았는데도 추가로 건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상위급의 함정으로 교체되려나보다. 북한의 감응어뢰의 수중폭발로 인한 선체절단으로 침몰한 천안함(PCC-772)도 후기형 포항급 초계함이다.
포항함은 천안함의 쌍둥이 형제로, 선체 내부 구조가 같아서 전체적으로는 천안함에 대한 기록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상당부분이 꾸며져있다. 체험관 내부를 지키면서 안내해주시는 분은 해군정복을 입고 계시며 이것저것 설명해주려고 하셨다. '100여명이 탑승하는 배에서, 많은 승조원이 아랫층 침실에 머물던 중에 공격을 받아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는 이야기를 서두로 많은 것을 친절히 알려주려고 하셨는데 개인사정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블로그 후기에 보면 불친절하다는 말도 가끔 보이던데 전혀 불친절하지 않으셨다.
여기저기 들여다보다가 들어간 선실인데 소품이 많아 무언가를 재현해두었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관리하시는 분이 머무는 방이었다.
함장실, 부함장실, 기관장실, 음탐실 등등 대부분의 선실이 오픈되어 있었고 스위치와 장비를 완전히 빼 낸 곳은 프린트 해둔 종이로 재현해두었고 대부분의 버튼이나 핸들은 돌릴 수 있도록 남겨두었다. 남자 어린이 몇 명 데리고 가면 상황극만으로 30분을 놀고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곳곳에 일부러 남겨둔 포항함의 안전지침
상황실(?) 한 켠에 마련해둔 연평도 포격사태 관련 전시품. 안내문을 보니 실물인듯 하다.
건물 3층 높이쯤 되는 포항함 우측으로는 송도의 주택들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동빈내항의 다른 배들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 가면 더 보기 좋았을 것 같다. 아이 데리고 가서 이야기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배 안에서 거의 50여분을 보낸 것 같다. 비 오는 날, 포항에서 갈만한 곳이 없을 때는 꼭 여기로. 다른 볼꺼리가 많은 날에도 아이와 함께라면 지나가는 길에 들르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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