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역 앞 추어탕 거리, 쌀쌀할 때 뜨끈하게 향미 추어탕 한 그릇

청도 역 앞에는 미꾸라지를 넣은 경상도식 추어탕과 고디(올갱이)를 넣어서 끓인 고디탕을 파는 식당들이 여럿 모여있다. 그래서 추어탕 맛집골목이라고 이름도 붙였으나 도시규모가 크지 않아서, 추어탕거리의 규모도 그리 크지는 않다. 

 

청도역 앞 풍경, 역 건너편 시외터미널은 현재 철거중이다.

청도는 미꾸라지, 고디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예로부터 물이 맑아 물곡기가 많고...'로 갖다붙인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검색되지 않는다. 들판이 넓은데도 특별한 산업이 발달하지 않다보니 농사를 계속 지어왔고, 논두렁에 붙어있던 미꾸라지와 고디(올갱이)로 흔하게 국을 끓여먹던 것이 식당골목까지 발전해오지 않았나 싶다. 인근도시가 발달하면서 맑은 개천들이 사라지면서 고디와 미꾸라지가 사라진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까지도 남아있었기에 유명해진 게 아닌가 싶다.

 

청도식 추어탕과 고디탕이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구와 근접한 경상북도 동부지방에서 대부분 먹는 방식이다. 경주나 영천, 경산이나 포항 같은 곳에 가서 고디탕과 추어탕을 시켜도 청도역 앞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온다.

 

어쨌든, 청도에 들를 일이 있으면 역 앞 추어탕 거리에서 추어탕을 한그릇 사먹거나, 200미터 정도 떨어진 가건물, 가마솥 국밥집에서 육회 비빔밥을 한그릇 먹곤한다. 그리고 청도 오일장을 들러 족발이나 순대, 튀김 같은 걸 후식삼아 먹은 뒤 지하차도 앞의 봄봄에서 음료를 한 잔 사먹고 나면 늘어진 배를 끌어안고 기차나 자차로 청도를 빠져나갈 시간이 된다.

 

지난번에는 의성식당에 갔는데 매우 만족했었다. 추어탕 외의 메뉴가 없다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향미 추어탕에 들러본다.

청도역 앞의 식당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방송을 많이 탔던 집이다.

식당내부

오래된 식당의 느낌이 난다. 거울에 붙은 유명인의 사인들도, 나무계단도, 주방도, 뚝배기도, 식물 화분들도 모두 오랫동안 지내왔던 흔적이 있다. 주인할머니가 추어탕이 아닌 뭔갈 졸이고 계셨는데 나중에 보니 밑반찬으로 나온 민물생선 조림이었다.

 

기본반찬과 다대기

저 빨간 양념은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매콤하니 맛이 좋았다. 김치나 무말랭이는 입에 맞지 않아 손이 잘 가지 않았고 된장고추무침과 생선조림은 굿. 마늘과 고추는 추어탕에 넣어서 먹는다.

 

추어탕

먹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이 날은 조금 묽은 느낌이 났다. 먹다보면 구수하고 달달한 맛이 올라온다. 갈아넣은 생선살도 많이 보인다.

 

물컵과 제피그릇

물컵도 묵직한게 마음에 들었다. 제피가 그득 담긴 통도 보기 좋았고. 제피는 1/3티스푼 정도만 넣으면 추어탕의 맛과 향을 확 살려주는데 실수로 조금만 더 넣으면 입이 떨떨하니 마비가 오는 느낌이 난다. 요즘은 산초가루를 넣기도 한다는데 산초와 제피를 구별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 모르겠다.

고추, 마늘, 제피, 밥을 넣고 말아먹으면 한그릇 금방 뚝딱

맛이 뭔가 좀 심심한 것 같다가도 먹다보면 단맛과 고소한 맛이 올라오고 뜨끈한 게 뱃속을 가득 채우고 나면 드는 든든함도 좋다. 역전에 이렇게 추어탕 가게가 늘어서 있을만하다. 다른 지역의 역과 터미널 부근에는 소고기국밥이나 돼지국밥집이 많은데, 청도역 주변과 비교해보면 좀 궁금하긴 하다. 청도에는 소시장이 없었거나 규모가 작았나? 지금은 소싸움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어쩌면 상업이 발달했던 대구 등지의 역과 터미널 부근에는 소를 팔러왔다가 오후에 느즈막히 한잔 곁들이기 좋은 고깃국이 주로 팔렸을 것이고, 농업을 주로 하던 청도사람들이 대구나 밀양으로 농산물을 팔러가면서 아침에 먹기에는 추어탕이 훨씬 나았던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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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향미식당(향미추어탕)

주소: 경북 청도군 청도읍 청화로 204-1(고수리 969-23) 향미추어탕

 

**카카오지도에는 주소와 위치가 잘못 등록된 것 같다. 주소와 위치는 네이버지도가 정확하다.

 

카카오지도: https://place.map.kakao.com/9593687

향미식당

네이버지도: http://naver.me/GdJ289yU

향미추어탕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