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동 동도초등학교 울타리에 붙은 돼지국밥집, 꽤 오래 된 집이라 야구선수들의 사인들도 몇 개 붙어있건만 이름을 부를 때마다 헷갈린다. 2번집? 2호집? 예전 범어시장이 있을 때부터 장사하던 집이라 여기 돼지국밥집과 그 옆 생선구이집에는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많이 보인다.
가게 내부는 특별할 것 없이 단촐하다. 밖에서 보이는 공간 대비 테이블 수는 조금 더 많은 편. 부지런하고 친절한 남자 사장님이 쉴새없이 고기를 삶고 자르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아주머니도 쉴새없이 매장을 순찰하시며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본다. 술 마시러 찾기도 괜찮고 밥 먹으러 찾기도 괜찮은 돼지국밥집이라는 느낌이 물씬.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약간은 비린듯한 돼지 누린내가 확 느껴진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런 냄새가 나는 돼지국밥집이 더 좋다. 그만큼 더 많이 잡고 더 많이 삶는다는 느낌이라서.
매일 보이던 고 연령대의 손님이 없는, 식사하기에 좀 이른시간이라 조용히 식사가 가능했다. 기본 상차림에 순대 부산물이 나온다. 순대를 시키면 나오는 간과 허파, 이걸 기본 찬으로 주는 국밥집은 드문데.
가게마다 기본상차림이 조금씩 다른 데, 그걸 찾는 게 돼지국밥집에서 재미있는 부분. 2호집에서는 반찬 더 달라고 하면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더 주신다. 돼지 간이 나오는 게 가장 큰 특징. 리필하면 한 번씩 허파도 섞여서 나오고 손님 많을 때는 방금 삶아서 따뜻하게 나오기도 한다.
메뉴 구성이 다양하다. 자세히보면 돼지국밥에서 주문하면서 가끔 묻는 말, '고기 많이 혹은 내장 많이, 혹은 살코기만 줄 수 있어요?'라고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을 미리 해놓은 듯하다.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는 친절한 집. 아이와 함께 갔기에 일반순대국밥, 완전살코기국밥, 순살순대국밥으로 주문...했었나?
돼지국밥이 8천원인데 이렇게 작은 그릇에 나오는 게 슬프다. 하지만 국물 더 달라면 계속 더 주신다는 거. 기분 좋으실 때는 고기까지 담아서 국물을 더 담아주신다는데서 매우매우 감사.
먼저 요청하지 않았는데 물어보신다, 아이가 먹을 국밥은 뭔가요? 순살돼지국밥인데요. 그럼 거기는 파 빼고 드릴까요? 예 그렇게 해주세요. 뽀얀 국물 속에 고기가 가득 담겨있지만 파는 빼고 주시는 섬세함.
국물 조금만 걷어내면 고기가 가득한 순살돼지국밥. 고기 양이 많아서 적당히 비계가 섞인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과 저녁 먹으러 한 번, 지인과 술 마시러 한 번. 두 번 방문했고 퇴근시간에 너댓번 그 앞을 지나쳤는데 고기와 국물을 쉴새없이 삶아내는 모습에 믿음이 가고, 그릇이 어느정도 비어있으면 반찬이나 국물이나 더 줄까요 먼저 물어보시는 서비스가 감동적이다. 다음에 이 집에서 다시 먹는다면 '순대국밥과 내장빼고국밥, 소주 한 병'을 주문하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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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집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57길 6-18 (범어동 58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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