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쓴 지갑이 있다. 대충 8~9년 정도 쓴 것 같다. 가죽패턴은 좀 낡아도 괜찮은데 끝에 버버리 패턴 부분이 삭아서 찢어지기 시작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
대구에서 닥스 지갑을 AS받을 수 있는 곳이 있나 여기저기 검색해보고 전화를 돌려보니 반월당의 현대백화점에서 AS를 접수해줄 수 있다고 한다. 직접 수선해주는 것은 아니고 LF쪽으로 물건을 올려보내고 수선이 끝나면 대신 받아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수준의 대행이라, AS결과를 어떻게 확실하게 미리 말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전화 연결된 곳은 현대백화점 4층의 닥스핸드백(053-245-2327). 직접 가서 지갑을 맡기고 수선증을 받아서 나왔다. 최대 3주까지 걸릴 수 있으며 수선비는 나중에 연락준다고 했는데 이틀만에 연락이 왔다. 수선비가 4만원 정도. 버버리 패턴의 천이 기존의 제품과 동일한 게 남아있지 않아서 색상은 바뀔 수 있으며 천을 다시 넣고 주변을 덧대는 방식으로 수선한다고.
고민을 좀 해봤다. 이거 비슷한 지갑은 지금 새걸로 사도 8만원이면 사던데, 딱히 사연이 있어서 오래 써야 하는 지갑도 아닌데 이걸 어쩔까 하다가, 그래도 나름 유명한 국내브랜드니 수선을 깔끔하게 하겠지 싶어서 진행해 달라고 부탁. 수선 의를 맡기고 수선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기까지 약 10일이 걸린 것 같다. 수선비용은 37,000원 내외.
버버리패턴의 옆면 색상가죽은 조금 더 밝은 아이보리 톤으로 바뀌었고 별개의 두 가죽을 포개는 작업이므로 튼튼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지갑 전체에 얇은 가죽을 덧대어 한 바퀴 삥 돌려가며 바느질을 했다. 아아- 포인트 천이 새걸로 바뀌고 벌어진 부분이 다시 닫힌 건 좋은데 테두리를 한 바퀴 덧대기 가죽으로 처리해놓으니 어린이 지갑 같은 느낌이 난다.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분위기. 아, 이럴 것 같으면 그냥 새거 하나 돈 주고 살껄.
앞으로 닥스 물건은 수선 맡기지 않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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