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들어갔더니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만 보였다. 수성구청역(대구KBS) 뒷골목으로 두어칸, 이제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해야할 것 같은 대공원시장 건물 옆에 덩달아 찌그러져보이는 단층 건물에 가게가 있었다.
간판과 카카오지도에는 '대동찌짐 아지매', 네이버지도에서는 그냥 찌짐 아지매로 나오는 허름하면서 푸근한 막걸리집. 밤 10시가 넘어서 문을 두드렸더니 들리는 응답, 오래 못먹습니데이. 아 예 알겠습니다 퍼뜩 먹고 가께요 너무 맛있어 보여서예.
가게 분위기와 손님, 주인의 얼굴만 봐도 간판에 쓰인 30년 전통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한참을 떠들석하게 드시던 옆 테이블의 노인들은 자리를 뜨기 직전까지 대화가 많다. 양복쟁이 시절부터 찾아왔던 집이라는 말이 얼핏 들린다. 지금 만나는 친구들과 은퇴하고서도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게는 허름하고 특별한 인테리어가 없다.
메뉴판도 단촐하다. 함께 간 지인의 추천으로 아지매모듬을 주문했다. 다른 메뉴들도 이름에서 싸고 푸짐한 술안주 느낌이 강하게 든다.
모듬메뉴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족발, 순대, 정구지 찌짐(부추전)이 알맞은 양으로 뒤섞여 있다. 부추전은 밀가루가 좀 두껍고 바삭한 맛이 없어 내 입에 좀 맞지 않았으나 부추전을 뺀 나머지 구성만으로도 1만원이면 푸짐하다는 느낌이다.
'퍼뜩' 먹고 나가기로 약속했기에 1인 1병, 소주 두 병이 바닥을 보일 때쯤 일어섰다. 초저녁에 저녁 한 그릇 먹고난 뒤에 2차로 들러도 좋을 것 같고, 아예 저녁시간부터 고기를 씹으며 막걸리를 밥 대신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주인도 친절하시고, 골목길 분위기도 좋다. 수성구청역 부근 학원만 있는 골목에서 힐스테이트범어 반대쪽 길쪽으로 한 번 꺾어 들어오면 만날 수 있는 대공원시장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막걸리 집. 범어SK뷰나 범어풀비체 아파트쪽에 누군가를 만날 일이 있다면 여기서 한 잔 하면 좋을 듯 했다.
오래되어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골목길이 으례 그렇듯, 이 가게 앞에도 옆 가게 앞에도 잘 자란 화분들이 늘어서 있어 골목길을 거니는 느낌도 좋았다.
상호: 찌짐아지매(대동찌짐아지매)
주소: 대구 수성구 범어로19길 10(범어동 199-16)
카카오지도: https://place.map.kakao.com/24635428
네이버지도: http://naver.me/GKov5x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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