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왔으면 안동찜닭을 먹어봐야지, 막상 먹어보면 동네에서 먹는 찜닭과 큰 차이가 없다. 안동출신 지인 A의 이야기에 의하면 들어보면 태조왕건을 촬영하던 당시 사람들이 세트장 구경하러 몰리면서 유명해진 것이고, 그 전까지는 그냥 동네 중고등학생들이 싼 값에 즐길 수 있는 음식과 공간을 찾아 구시장의 좁은 상가 다락방에 모여 벽에 낙서하며 밥 먹던 곳이라고.
안동이 아닌 곳의 동네 치킨집에서 먹던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찜닭은 빨간색 양념인데 비해 안동찜닭을 처음 접했을 때는 까만색 간장양념이었던 게 좀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안동구시장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정문과 후문 사이의 옆문을 나가서 길을 건너서 신협 건물 뒷편으로 들어가면 구시장 입구를 만난다. 안동찜닭 먹으려면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차비도 저렴해서 밥을 먹고 느긋하게 시장구경도 한 번 할만하고.
안동이라 그런지 시장에 두루마기를 입고 가는 어르신도 보인다. 많고많은 찜닭집 중에서 '너무 한산하지 않으면서도 손님이 적당히 있어서 대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가게를 찾다보니 중앙찜닭이 보인다. 인터넷 검색에 나오는 찜닭집들이 전부 스무걸음 이내에 모여있으니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들어가면 될 것 같다. 띄엄띄엄 세월을 두고 네번째쯤 들른 안동 구시장 찜닭에, 매번 들른 가게는 달랐지만 양이나 맛이나 가격이나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평탄화 해서 입식 테이블을 가져다 놓은 몇몇 가게를 제외하고는 가게 내부도 다들 비슷한 편, 신발을 벗고 들어가 출입구쪽 테이블에 앉든지 안쪽으로 들어가서 예전에는 방이었을 공간에 앉아서 먹든지.
2~3인은 중(아마도 한마리), 4~5인은 대(아마도 한마리 반)으로 주문하는 분위기. 아이를 데리고 가족여행으로 들렀기에 순한맛으로 주문. 아이는 '조금 맵지만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의 반응. 돈까스나 계란밥 같은, 어린이 전용메뉴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 정도면 만족.
중간사이즈보다 작은 게 없어서 시키긴 했는데 받고 나서 '아, 이거 다 못먹겠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지나간다.
찜닭전문점답게 육질 연하고 당면 맛있고 채소 많고 국물 짭조롬하니 맛있고 감자도 잘 익었고. 포장을 요청하면 남은 찜닭은 친절히 진공포장도 해준다. 여기 들르기 직전에 먹은 것들도 있고, 양이 많아서 반은 먹고 반은 남겨던 것 같다.
화장실은 중앙찜닭에서 나와 '촌닭'과 '꼬끼요찜닭' 사이의 골목길로 들어가면 보이는 안동구시장 고객지원센터를 이용. 관리가 잘 된 편이긴 한데 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무지 많이 났다.
찜닭골목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서 보니 지나가는 손님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대부분 찜닭의 밑작업을 입구쪽에서 하고 있다. 채소 손질하는 모습이나 솥에 닭을 넣고 초벌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아랫쪽으로 내려가면서 시장을 구경해보니 외지인 입장에서는 특별한 구경꺼리가 없다. 그냥 소도시의 아케이드형 전통시장에 가면 볼 수 있는 물건들, 몸빼바지나 과일, 분식류.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해서 갖고 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포장만 보면 대게 몇마리씩 갖고 가는 것 같은데 반조리 찜닭을 저렇게 챙겨가는 모습이 좀 낯설다.
'맛알못의 음식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수성동4가 윤옥연 할매떡볶이 본점, 백종원은 맛에 반했을까 가격에 반했을까 (0) | 2022.01.07 |
---|---|
주말아침 감삼역 부근 아침식사 돼지국밥, 삼시세때 감삼점 (0) | 2021.12.16 |
범어역 부근 피맥집 피자팜비어에서 피자, 치킨, 감튀와 맥주를 (0) | 2021.12.09 |
메뉴가 다양한 범어역 소주집, 범어술상에서 명란구이 (0) | 2021.12.06 |
대구 다사에서 하빈, 성주, 왜관 가는 길에, 온천골 가마솥 국밥 (0) | 2021.12.06 |